서울 성동구 성수동 한복판에 배를 타고 건너가야 입장할 수 있는 카페와 레스토랑이 있다. 공간전문 기업 글로우서울이 지난 달 문을 연 카페 ‘레인리포트’다. 카페로 들어갈 때는 배를 타고 작은 연못을 건넌다. 카페 외벽에는 인공비가 수시로 쏟아진다. 비가 내리는 모습을 바라보며 커피도 마시고, 식사도 한다. 레스토랑 이름은 ‘살라댕탬플’이다.
원래 이 건물은 인쇄물을 만드는 낡은 공장이었다. 자재를 싣고 내리던 공터를 파 연못을 만들고, 원래 공장 건물을 보강해 카페와 레스토랑으로 쓴다. 이곳은 현재 성수동에서도 가장 ‘핫’한 카페로 꼽힌다.
레인리포트 기획에 참여한 허준 브랜딩디렉터(전 글로우서울 CMO)는 “소비자가 커피나 빵, 디저트 맛이 좋아서 카페를 찾기도 하지만 요즘은 공간 자체를 즐기는데 의미를 부여한다”며 “문전성시를 이루는 카페는 고객에게 공간에 대한 특별한 경험을 선사하고 저절로 사진을 찍게 만드는 힘이 있다”고 말했다. 레인리포트는 고객이 비를 직접 맞는 것은 꺼리지만 비가 내리는 모습을 감상하는 경험은 낭만적이라고 생각한다는 점에 착안해 만든 카페 브랜드다.
허 디렉터는 땅집고가 오는 19일 개강하는 ‘카페 유치와 개발, 경영의 모든 것 4기’ 과정에서 ‘성공적인 카페 브랜딩의 노하우’를 주제로 강의한다. 그는 최근 F&B(식음료) 업계에서 가장 인기 있는 ‘노티드도넛’, ‘다운타우너’ 등의 브랜딩을 맡았다.
카페에서 공간의 힘이 중요해진 것은 외국도 마찬가지다. 일본 시부야 마야시타 공원 인근 쇼핑몰 옥상에 자리잡은 스타벅스는 일본을 찾는 관광객이 꼭 들러야 하는 건물로 꼽힌다. 다른 스타벅스 매장과 달리 특정 브랜드와 협업해 만든 굿즈(상품)를 판다. 고객이 주문한 음료를 기다리면서 굿즈를 감상하고, 이 장면을 사진으로 찍어 SNS(소셜미디어)에 올린다.
작은 공간이라도 이른바 스토리텔링이 가능한 요소가 있다면 얼마든지 이목을 끌 수 있다. 서울 중구 을지로의 멕시칸 음식점 ‘올디스타코’는 규모가 33㎡(10평)가 채 되지 않지만 미국 타코집을 옮겨 놓은듯한 모습 때문에 ‘을지로 한복판 미국’이라는 별명을 얻었다.
주의해야 할 점도 있다. 허 디렉터는 “아무리 화려하게 장식해도 의미 없는 포토존은 사람을 불러모으지 못한다”며 “고객이 사진을 찍어야 하는 이유가 있을 만한 의미와 콘셉트를 만드는데 집중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