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집고] 대한민국이 국내 인구 5명 중 1명이 노인인 ‘초고령화 시대’에 진입했다. 이에 따라 은퇴자들이 건강한 노후를 보내는 시니어타운, 연화식이나 연하식 같은 케어 푸드, 성인용 기저귀 등 고령자를 대상으로 한 상품 수요도 늘고 있다.
수요가 증가하면서 시니어 산업이 성장한다는 전망이 쏟아져 나오는 가운데, 정부가 이 시장을 육성하기 위해서는 세밀한 전략을 세워야 한다는 보고서가 나와 눈길을 끈다.

■ 급증하는 50대, 시장 큰 손 된다
산업연구원은 미국은퇴자협회(AARP) 자료를 인용해 2030년이 되면 한국의 50대 이상 인구 비율이 총 인구의 절반을 차지하고, 이들의 소비 지출 규모가 1500조 원에 달한다고 봤다.
산업연구원이 발표한 ‘고령친화산업 현황과 정책 방향에 대한 고찰’ 연구서에 따르면 한국의 50대 이상 인구 비율은 2020년 39.7%에서 9.0%포인트 증가해 2030년 48.7%가 된다.
이는 일본(47.4%→52.9%)과 독일(44.7%→46.0%), 영국(37.9%→39.9%), 미국(35.6%→37.0%), 중국(32.8%→39.2%) 등 주요 국가의 50대 인구 비율이 1.3∼6.4% 포인트 증가하는 데 비해 높은 수치다.
늘어난 인구 수 만큼, 경제에 미치는 영향력도 커진다. 2020년 5160억 달러(약 709조 원)에 달하던 이들의 소비지출 규모는 2030년 8850억달러(약 1217조원)로 늘어날 전망이다.
같은 기간 국내총생산(GDP) 파급효과는 6960억 달러(약 957조원)에서 1조230억 달러(약 1406조원)으로 성장한다.

■ 해외 사례 참고해야 ‘시니어 산업’ 성장한다…“전략 필수”
동시에 연구원은 한국의 고령친화산업 발전 속도가 더디다고 진단했다. 정부가 올해 ‘고령친화산업 육성사업’ 예산을 전액 삭감했고, 2020년 ‘제4차 저출산·고령사회 기본계획(2021∼2025)’에는 법에서 규정한 ‘고령친화산업 발전계획’이 누락됐다는 점에서다.
김숙경 선임연구위원은 보고서를 통해 “한국에서 고령자용 돌봄로봇이나 지능형 제품의 개발이 늦춰지면 미국, 일본, 중국 등 해외 제품이 한국 시장에 들어오게 돼 실버경제 확대의 과실이 해외 기업에 돌아가게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어 “고령친화산업을 실질적인 정부 산업정책의 대상으로 삼을 필요가 있다”면서 “관련 부처가 함께 협력해 첨단기술 중심의 고령친화산업 발전을 위한 종합계획을 마련하고 시행해 고령화로 인한 사회·경제적 부담을 완화하고 동시에 고령친화산업을 신성장 산업으로 발전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업계에선 선진국이 노년층의 건강하고 독립적인 생활을 지원하기 위해 고령친화산업에 로봇, 모바일 기술, 인공지능(AI) 등 ‘에이지 테크(AgeTech·첨단산업)’를 접목하는 것을 적극 지원하는 점을 참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미국은 국립보건원 산하 국립노화연구소에서 에이지 테크 관련 중소기업의 기술 개발을 지원하고 있다. 영국은 연구혁신기구(UKRI)에서 기술을 활용한 고령자용 제품과 서비스 개발을 지원하고, 연구자금 및 전문가 자문을 제공한다.
관련 산업 1인자로 꼽히는 일본은 후생노동성이 경제산업성과 함께 돌봄로봇 개발·보급 촉진 사업을 시행하는 등 기술 개발과 실증을 지원한다.
임기웅 란달유디케어스 대표는 “국내 시니어 산업이 성장하려면 주무부처인 보건복지부 뿐 아니라 노인복지주택을 담당하는 국토교통부, 돌봄 로봇 등을 지원하는 중소벤처기업부·산업통상자원부 등 관련 부처가 함께 논의해야 한다”며 “민간이 돌봄 상품을 개발하고, 시장에 보급할 수 있게 지원하는 단계까지 가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서경 땅집고 기자 westseoul@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