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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수고 새로 짓는 대신 옥상부수고 새로 짓는 대신 옥상만 증축했더니…리모델링 대상 받은 60살 건물

서울 종로구 혜화동로터리 바로 옆에 들어선 ‘해아전’. 종로구청이 운영하는 어린이돌봄센터다. 노란빛 타일로 단장한 건물 외관과 꼭대기층에 얹은 갈색 다락층이 어우러져 한 눈에 봐도 고풍스럽고 세련된 느낌이 난다.

원래 1964년 준공한 건물로 당초 건물주는 헐고 새로 짓는 것을 고려했다. 그런데 관련 법규를 검토한 결과, 신축하면 기존 건물의 연면적보다 25% 정도 줄어들 수밖에 없었던 것. 준공 당시 건물 건폐율(대지면적 대비 건축면적)은 80%였는데 현행 법상 50%로 낮아진 탓이다. 리모델링을 맡았던 김상언 에스엔건축사사무소 대표는 “신축하면 연면적이 줄고 주차장도 추가로 확보해야 해 도저히 수지타산이 맞지 않았다”며 “전체적으로 건물을 리모델링하고, 옥상층만 부분 증축해 미적인 완성도와 투자 대비 효율성을 함께 높일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 건물은 2021년 한국리모델링건축대전에서 대상을 받았다.

 

■건축비·금리 상승에 리모델링 관심 증가

 

요즘 건축주들은 상가나 근린생활시설을 짓는다고 높은 임대 수익을 보장받기 쉽지 않다. 금리와 건축비가 함께 치솟고 경기 침체로 공실도 늘고 있는 탓이다. 낡은 건물은 임차 수요가 적어 월세를 제대로 받기도 만만치 않다.

이런 상황을 반영해 중소형 건축 시장에선 신축보다 사업비가 통상 30% 안팎 적게 들고 공사기간도 짧은 리모델링이 현실적인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땅집고는 내달 19일 ‘최소 비용으로 헌 건물 새 건물 만들기 리모델링’ 교육 과정을 개설한다. 리모델링 분야에서 활동하는 최고 전문가들이 강사로 참여한다.

 

김상언 대표는 ‘낡은 상업 건물을 문화시설로 리모델링한 사례’를 주제로 강의한다. 김 대표는 오래된 건물을 부수고 신축하면 용적률 규제는 물론 주차장 의무 비율, 일조권 확보를 위한 사선제한 규정까지 적용받는다고 했다. 사실상 신축이 불가능한 경우도 적지 않다는 것이다. 김 대표는 “건축은 결국 수익이 목적인데 공사비가 오르고 임대 시장이 불확실하면 리모델링이 대안이 될 수 있다”며 “오래된 건물의 특성과 질감을 잘 살려 리모델링하면 오히려 신축 못지 않게 건축적 완성도를 높일 수 있다”고 했다. 실제로 해아전의 외장재는 59년 전 생산한 타일로 지금은 구하고 싶어도 구할 수 없는 희소한 자재여서 문화유산 가치도 높다는 평가다.

 

■용적률 남았으니 무조건 증축?

김 대표는 리모델링에 대한 오해 중 하나로 용적률을 꼽았다. 기존 건물의 남은 용적률을 활용해 증축하는 것이 무조건 이득이 된다는 인식이다. 경기 수원시 팔달구 인계동에 있는 단층 식당 건물은 리모델링 전 건축주가 2층을 불법 증축해 이행강제금을 내던 이른바 위반건축물이었다. 리모델링을 맡았던 김영배 드로잉웍스 소장은 덧셈 대신 뺄셈을 선택했다. 용적률과 증축을 과감하게 포기한 것. 2층을 철거하고 근사한 루프탑 바(bar)로 만들어 수익률을 높이는데 성공했다.

김 소장은 “2층을 합법적으로 증축할 수 있었지만 내진 설계와 구조 보강에만 5억원 이상 들여야 했다”며 “차라리 2층을 철거하고 루프탑 바를 만들고, 건물 내외장에 투자하는 것이 낫다고 건축주를 설득했다”고 했다. 공사비도 2억5000만원으로 절반 가까이 줄었다. 김 소장은 서울 강남이나 홍대처럼 임대가 확실한 핵심 상권이 아니라면 용적률이 남았다고 무조건 증축할 필요는 없다고 판단했다. 인계동 건물은 차양막(어닝)과 조명을 멋지게 설치한 덕분에 오히려 임대료를 20% 정도 더 받을 수 있었다. 건물 가치도 덩달아 오른 셈이다.

그렇다고 공사비를 아끼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다. 리모델링 과정에서 과감하게 설비 투자를 하는 것이 장기적으로 이익인 경우도 있다. 이를테면 4~5층짜리 꼬마빌딩에 엘리베이터를 설치하려면 1억원 정도 든다. 전문가들은 공사만 가능하다면 투자할만하다고 말한다. 엘리베이터를 달면 임대료를 15~20% 더 받을 수 있고 임차인도 선호해 공실 리스크가 줄어든다. 엘리베이터를 실내가 아닌 외부에 설치하면 건물을 보강하는 효과도 있어 구조보강 공사비도 줄어든다. 김 소장은 “리모델링을 할 때도 상권 특성이나 예상 임차 업종을 미리 조사해 공사 범위와 종류를 정하면 최소 비용으로 최대 효과를 얻을 수 있다”고 했다. /전현희 땅집고 기자 imhee@chosun.com


< ‘최소비용으로 헌 건물 새 건물 만들기’…리모델링 2기 수강생 모집>

경기침체와 고금리 여파로 대출을 끼고 꼬마빌딩을 매입한 건물의 수익률이 곤두박질치고 있다. 이에 따라 리모델링을 통해 노후된 건물의 가치와 수익률을 높이려는 건축주들이 늘고 있다.

많은 건축주들이 리모델링에 관심을 두는 이유는 신축보다 공사 기간이 짧고 비용도 아낄 수 있어서다. 보통 2~3개월 걸리는 건축심의를 생략할 수 있고, 공사비는 신축의 80% 수준으로 저렴하다. 그렇다고 리모델링이 신축보다 더 쉽다는 것은 아니다.

건물을 리모델링하기 위해서는 꼼꼼히 따져야 할 게 한둘이 아니다. 법적인 문제와 인허가 과정은 물론이고 리모델링에 드는 시간과 비용은 최대한 줄이되 수익률은 극대화하는 전략도 중요하다.

땅집고가 주관하는 ‘최소비용으로 헌 건물 새 건물 만들기 리모델링 2기’ 교육 과정이 7월 19일 개강한다. 금리인상으로 인해 수익률이 낮은 꼬마빌딩을 대상으로 수익률 증대를 위한 건물 개선 방안을 제안한다. 강의는 케이스 스터디 위주로 구성하며, 수강회원들에게 다양한 리모델링 사례를 참고해 각자의 자산에 적용가능한 실질적 해법을 제공하는 것이 목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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