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 이미지

커뮤니티 >

MZ 홀린 '노티드도넛' 만든 14년차 마케터가 알려주는 카페 성공 비결

 “‘다들 커피 장사하는데, 나라고 못 하겠어?’란 그저 그런 마음가짐으로 카페 창업했다가는 100% 망합니다. 내가 도대체 어떤 카페를 만들고 싶은 것인지 고심해 매장 아이덴티티(Identity·정체성)를 먼저 설정하고, 이를 구체화하는 브랜딩 과정을 거쳐야만 소비자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카페가 탄생하죠.”

올해 4월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에 문을 연 ‘레인 리포트’(Rain Report). 비가 내릴 때 기상청에서 발령하는 호우주의보에서 영감을 얻은 이름으로, 비가 오는 날일수록 습도가 높아져 커피 향이 짙어지는 현상에서 착안해 브랜딩한 카페다. 매장 테라스에는 징검다리가 있는 연못 정원이 조성돼 있다. 40분에 한 번씩 인공비를 뿌려, 고객들이 비 오는 날 창 밖을 바라보며 커피를 마시는 기분을 느낄 수 있도록 한다. 매장 정체성을 관통하는 이곳은 ‘포토 스팟’ 역할도 톡톡히 한다. 비가 내리기를 기다렸다가 때맞춰 우산을 쓰고 사진을 찍은 뒤 인스타그램에 자랑하는 20~30대 젊은 고객들이 적지 않다.

 

 

‘레인 리포트’ 브랜딩을 담당한 인물은 올해로 브랜딩 부문 경력 14년 차 베테랑인 허준 글로우서울 CMO(최고 마케팅 책임자)다. 그는 최근 F&B(식음료) 업계에서 ‘브랜딩의 신’으로 통한다. F&B 부문 신생기업 GFFG에서 하루에만 3만개 이상 팔리는 ‘노티드도넛’, 아메리칸 레트로 콘셉트를 기반으로 한 수제 버거 매장 ‘다운타우너’ 등의 브랜딩을 맡아 젊은 층의 마음을 사로잡는 매장을 탄생시켰다. 올해 3월부터는 연 매출 300억원 규모인 공간 기획 브랜딩 전문기업 글로우서울에서 CMO로 활동 중이다.

땅집고가 오는 9월 19일부터 진행하는 ‘카페 유치와 개발, 경영의 모든 것’ 4기 과정에서 ‘성공적인 카페 브랜딩’을 주제로 강단에 서는 허 CMO는 “지금은 전국 어디에나 카페가 넘쳐난다”면서 “이런 시기일수록 매장에 정체성을 부여하는 브랜딩 작업을 거쳐야만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를 직접 만나 성공적인 브랜딩에 대한 조언을 들어봤다.

 

-브랜딩이 무엇인지 설명하자면.

“나 자신을 하나의 ‘브랜드’라고 가정했을 때, 내가 삶을 살아가는 방향성과 가치관이 바로 ‘브랜딩’이다. 즉 카페 브랜딩이라면 창업주가 어떤 정체성을 가진 카페를 어떤 방식으로 운영하고 싶은지 설정하는 것을 말한다. 지금처럼 경쟁 매장이 너무 많은 상황에선 이도 저도 아닌 카페보다는, 명확하게 브랜딩한 카페가 성공할 확률이 더 높을 수밖에 없다. 고객이 ‘이 카페는 이런 공간이며, 이런 경험을 할 수 있는 매장이다’라고 납득할 수 있도록 철저한 브랜딩이 필요하다.”

 

 

- F&B 부문에서 브랜딩 트렌드는?
“과거에 비해 젊은 창업주들이 늘어난 가운데, 이들이 음식의 맛이라는 본질에 집중하면서도 위트(wit·재치)를 더한 방식으로 브랜딩, 소비자들을 사로잡는 매장이 많이 생겨나고 있다. 예를 들어 카페 부문에선 ‘프릳츠(fritz) 커피’가 대표적이다. 직접 로스팅한 원두로 고객들에게 커피를 내려줄 정도로 전문성을 자랑하며 커피 맛이 좋기로 유명한데, 직접 디자인한 물개 캐릭터를 전면에 내세우면서 고객들의 뇌리에 각인됐다.”

 

-글로우서울에서 브랜딩한 ‘레인리포트’는?
“레인리포트의 정체성은 ‘1년 365일 비가 내리는 카페’다. 커피는 습도에 따라 맛 전달력이 달라지는데, 비 오는 날일수록 커피 향과 맛이 풍부하게 느껴지는 현상을 활용해 브랜딩했다.

매장이 정식으로 문을 열기 전 진행한 오픈 파티도 브랜딩의 일환이었다. 매장에 입장하는 방문객들에게 비 온 뒤 숲에서 나는 향을 담은 향수를 선물하고, 파티에서 진행한 미니 게임에 참가하면 커피콩이 담긴 사쉐(향료 주머니)를 증정했다. 고객들이 집에 도착했을 때 다시 열어본 종이백 안에서 비 온 뒤 향과 커피향이 섞인, ‘레인리포트 향’을 느끼면서 매장에 방문했던 경험을 돌이켜 보도록 만드는 장치였다.
오픈 파티는 4시간 동안 진행했다. 통상 이런 행사마다 20~30분 머물다 자리를 뜨는 고객이 대부분이다. 하지만 레인리포트 오픈 파티에선 방문객 500여명 중 10% 이상이 4시간 내내 매장에서 시간을 보냈다고 한다. 레인리포트의 브랜딩에 대한 고객들의 공감을 이끌어내, 이들이 매장에 머물고 싶어 하는 결과를 낸 셈이다.”

 

 

-비(非)인기 상권에 있거나 이미 실패한 카페도 브랜딩으로 살아날 수 있을까.

“당연하다. 입지가 좋지 않아도 고객들이 매장으로 직접 찾아오게끔 만드는 것이 바로 브랜딩의 힘이다. 글로우서울이 서울 종로구 창신동에 문을 연 ‘우물집’이 대표 사례다. 창신동은 낡은 저층 주택이 밀집한 데다 절벽을 끼고 있어 경사까지 가팔라 서울에서도 대표적인 낙후 지역으로 꼽힌다. 하지만 우물집은 이런 경사로를 굳이 올라서라도 찾고 싶어 하는 ‘핫 플레이스’가 됐다. 차돌박이와 솥밥이 시그니처 메뉴인데, 매장에 창문을 크게 내 고객들이 ‘절벽 뷰’를 감상하면서 식사할 수 있도록 만든 것이 주효했다. 기존의 낡은 건물에 남아있던 우물도 없애지 않고 살려, 이곳에서만 구경할 수 있는 매력 요소로 남겨뒀다.”

-카페 예비 창업주들에게 조언하자면.
“진정성을 가지고 카페 창업을 준비하길 바란다. ‘전국에 카페가 이렇게 많은데, 나라고 못 하겠어?’란 생각으로 창업했다간 반드시 망한다. 브랜딩에는 금전적 예산보다는 ‘정신적인 예산’을 많이 들여야 한다. 내가 어떤 정체성을 가진 카페를 만들고 싶은지, 그 정체성을 구체화하려면 매장에 어떤 메뉴·인테리어 등이 필요할지 깊게 고민하는 시간을 보내야만 성공적인 카페가 탄생할 수 있다.” 

이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