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 이미지

커뮤니티 >

"내 집을 노인주택 1호로 써라" 창업자 유언 20년만에 전국 1위 우뚝

[‘노년천국’ 일본의 실버산업 ②] 학습지 회사서 실버타운 1위 기업으로…저출산을 기회로 바꾼 일본 학연그룹

 

일본 고령자 임대주택 1위 사업자는 학연(学硏)그룹이다. 1960~80년대 일본에서 초중학교 학습교재와 방문 판매로 유명한 기업이었다. 1946년 학습지 출판사로 시작한 학연그룹은 여성판매원이 각 가정을 방문, 학습지를 가르치는 시스템을 도입했다. 1979년에 ‘과학’과 ‘학습’이라는 잡지의 발생부수가 670만부로, 당시 초등학생 3명중 2명이 구독할 정도였다.

그런데 1990년대 저출산의 영향이 본격화되면서 경영난에 빠졌다. 1조7000억원까지 치솟았던 매출이 7900억원까지 급락하면서 . 직원감축, 본사 빌딩 매각 등 초비상이 걸렸다.

젊은 사원들의 신규사업 아이디어를 모았는데, 수백가지 사업중 하나가 노인 주거 및 간병이었다. 우여곡절끝에 학연이 2004년 출범한 회사가 학연코코팬(cocofump)이다. 이 회사는 현재 210개동 1만786가구의 고령자 임대주택을 운영하고 있다.

 

■연금으로 입주할 수 있는 노인임대주택 모델 개발

학습지 기업이 낯선 분야에서 성공할 수 있었던 비결은 새로운 시장의 창출이었다. 학연그룹은 중산층 평균연금(150만원 내외)으로 거주하면서 간병 등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임대주택이 시장에 없다는 점에 착안했다. 당시에 노인들의 생활방식은 고급 양로원에 입주하거나 동거하는 자녀들에 보살핌을 받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창업멤버인 학연 코코팬의 고바야카와 히토시(小早川仁)대표는 한 인터뷰에서 “우리의 목표는 시설이 아니라 프라이버시를 배려하는 임대 주택”이라며 “고액의 입주금이 필요 없이 24시간 365일, 무언가 일이 발생하면 필요한 의료나 개호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주택”이라고 말했다. .

보통 학연 코코팬의 노인임대주택은 27㎡~54㎡ 규모의 50여 가구로 구성된 단일 건물이다. 직원이 상주하면서 방문 간병 서비스를 제공하면 원하면 하루 세끼의 식사도 제공한다,

학연그룹의 노인주택 모델은 일본 정부가 2011 도입한 ‘서비스 지원형 고령자용 주택(사코주サ高住)’ 의 모델이 됐다사코주는 민간이 정부에서 건설 보조금(가구당  1100만원) 재산세·취득세 감면대출 혜택(사업비의 최대 100%) 등의 지원을 받아 짓고사회복지사 등이 상주하는 주택이다보증금 없이 일반 유료 시니어타운보다 저렴한 월세에 공급된다정부의 지원으로 일본 전역에 이런 사코주가 도입 10 만에 286000 가구로 늘었다.

창업자의 저택에서 시작된 노인주택

학습지 기업의 실버산업 진출에 내부에서도 반대도 많았다. "학연은 지금까지 교육을 통해 사회에 공헌해 왔다. 하지만 앞으로 고령화가 진행되면서 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사업을 생각해야 한다. 만약 앞으로 그런 사업을 하려는 사람이 나타나면 응원해줘라. 만약 그 사람이 어려운 일이 있으면 내가 남긴 것을 써도 좋다."(창업자 후루오카 히데토 유언)

창업자의 딸은 노인주택 진출이 아버지의 유언을 실현하는 사업이라며 노인주택 건설에 필요한 토지로 창업자 후루오카 히데토가 살던 저택을 제공했다. 학연의 노인주택 1호인 '코코펜 레이크힐스'가 지어졌다.

학습지 기업이 관련 없는 분야에 진출해 1위 기업으로 성공할 수 있었던 요인은 뭘까. '학연'이라는 이름과 브랜드 파워이다. 주 고객층이 80대 후반에서 90대 정도인데, 그들의 자녀는 대부분 60대이다. 60대는 학연의 학습지로 공부한 세대이다. 학연에 대한 신뢰와 브랜드파워를 파고든 것이다. 둘째 자금조달방식의 다양화이다. 학연그룹은 노인주택을 리츠 부동산 펀드 등을 활용해서 유동화한다. 정부가 각종 세제지원을 하기 때문에 투자자 유치도 어렵지 않다. 일본의 노인주택이 대량 공급된 배경은 학연과 같은 선도적 기업과 정부의 지원이 시너지 효과를 냈기 때문이다.

'학연판 지역포괄케어시스템'

보통 기업들이 타 업종에 진출할 경우, 입수합병을 먼저 시작한다. 학연그룹은 처음부터 자체 인력으로 시작, 고령자 주택의 운영 구조, 요양 서비스와의 결합 등 시행착오를 겪으며 독자적인 사업구조를 마련했다. 일본 정부가 제도화한 서비스 지원형 고령자용 주택(사코주サ高住)도 어쩌면 학연그룹의 시행착오가 만든 작품이다.

학연의 또다른 목표는 '지역포괄케어시스템'의 구축이다. '0세부터 100세 이상의 모든 사람이 지역에서 안심하고 살 수 있는 도시 만들기'이다. 지역 주민 중에는 노인뿐만 아니라 아이를 어린이집에 맡길 곳이 없어 고민하는 사람, 아이를 맡길 곳이 없어 출산을 망설이는 사람들을 위한 시설을 제공하겠다는 것이다. 홈페이지에는 ‘사람을 지원하고 마을과 사회를 만들자’라는 구호가 장식하고 있다. 학연은 이를 해결하기 위해 고령자 주택에 어린이집, 학습관, 아동발달지원센터 등 육아 지원과 관련된 시설을 함께 배치하고 있다. 학연 코코팬의 홈페이지에는 “학생을 위한 학원, 성인을 위한 평생 대학, 치매 예방 교실을 개설하는 등, 태어나서부터 삶의 마지막을 맞이할 때까지 누구나 익숙한 지역에서 건강하게 살아갈 수 있도록 지역포괄케어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 우리 목표”라고 했다.

 

 

 

이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