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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버타운 공급대란 해법? 버려진 임야 잘 활용하면 숨은 노다지"

[시니어 하우징 멘토를 만나다-김이진 전 서울시니어스타워 본부장(상)] “부대시설로 수익 극대화해야 입주민과 ‘윈윈’”
30년 전 실버타운 개발 후 성공적 안착에 기여
싸게 산 임야, 지형 활용한 실버타운 개발 노하우

 

“실버주택 최대 장점은 입지 선택이 자유롭다는 점입니다. 싸게 산 임야 지형을 활용해 실버타운 최적화 건축을 한다면 용적률을 적용 받지 않는 반지하에 부대시설을 넣어 개발·운영 수익을 극대화할 수 있습니다”

1994년 국내에서 최초로 실버타운(노인복지주택)을 도입한 김이진 전 서울시니어스타워 재무운영본부장은 실버타운·시니어주거 개발 분야 원년 멤버다. 실버타운 불모지에서 서울시니어스타워를 개발해 성공적으로 안착시켰다. 국내 실버타운 점유율 1위인 서울시니어스타워는 서울 4곳을 비롯해 경기 성남시 분당, 전북 고창군 등 전국 6곳에서 실버타운을 운영 중이다. 도심형 실버타운 강서타워·분당타워 모두 그의 손을 거쳐 개발이 이뤄졌다.

그는 “지금의 실버타운 공급난은 전형적인 ‘병목 현상’이라고 보면 된다”며 “수요는 많지만 정부의 규제, 주택경기 부진 등으로 사업 추진이 막혀 공급과 입주가 꽉 막힌 상태다”고 했다. 민간 사업자를 대상으로 정부 규제가 풀리고 개발 붐이 일어난다면 공급이 폭발적으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많은 어르신들이 실버타운 진입 장벽이 높다는 점을 지적하자, 지난달 정부는 실버타운 공급 확대를 위해 2015년 폐지된 분양형 실버타운을 재도입하겠다고 밝혔다. 민간 사업자 진입을 어렵게 하는 제도를 개선해 공급량을 늘리겠다는 취지다.


김이진 전 본부장은 오는 5월 땅집고가 주관하는 시니어주거 개발 관련 강연 강사로 나선다. ‘시니어주거의 개발 및 운영 수지 구조와 분석하는 법’을 알려준다. 다음은 일문일답

 

-무려 30년 전 실버타운을 개발하게 된 배경이 궁금하다.

“병원 경리부장으로 근무할 때다. 병원 오너께서 실버타운이 앞으로 발전 가능성이 있으니 검토해보라고 지시했다. 당시 한국에는 실버타운에 ‘실’자도 잘 모를 때여서 외국에 많이 다녀봤다. 제 결론은 “아직 할 때가 아니다”였다. 그런데 오너는 꼭 해보고 싶으니 손해를 보더라도 추진해 달라고 이야기했다. 당시는 고령화 사회로 막 진입할 때였다. 그런데 세계적으로 그 속도가 가장 빨랐다. 대상자가 많아지면 수요도 많아질 것이다고 생각했다. 그럼 ‘죽기 살기로 한번 해보자’하고 시작했다.”

-입지 선정 기준은 어떻게 이뤄졌나.

“처음엔 강원도 인제·양양 등 ‘공기 좋고 물 좋은 곳’을 검토했다. 그런데 어르신들이 귀양살이를 하면 결국 제 명에 살지 못하고 돌아가실 거란 생각이 들었다. 나이가 들수록 병원을 찾을 수밖에 없어 전원형이 아닌 도심형 실버타운을 계획해서 분양했다. 그래서 서울 강서타워, 분당타워 등이 잇따라 문을 열게 됐다.”

-최근에 실버타운 개발하려는 움직임이 많다. 실제로 개발하고 수익을 많이 낼 수가 있나.

“실버타운은 자연녹지지역이나 일반상업지역, 공업지역에서 모두 개발할 수 있다. 그린벨트만 안 된다. 즉, 이미 대지를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는 여건을 갖춘 것이다. 그래서 실버타운은 땅값이 싼 임야에 많이 짓는다. 임야는 산이 있기 때문에 경사로를 끼고 있는 단점이 있다. 땅값이 싸 지대가 좋지 못한 점을 역으로 활용하는 것도 방법이다. 지하층은 용적률을 계산할 때 빠진다. 경사로를 이용해 반지하 설계로 건축을 하면 반지하 공간엔 공용부, 부대시설 등을 충분히 넣을 수 있다. 최근 아파트 커뮤니티시설을 지하층 선큰 가든으로 짓는 것과 같은 방식이다. 그리고 그 위로 지상층은 주거 공간으로 만들면 된다. 결국 실버타운도 저렴하게 사서 비싸게 팔아야 하는 게 정답이다.”

-최근에 자재값도 많이 올라서 건축비, 인테리어 비용도 많이 들지 않나

“건설업자들은 굉장히 좋고 화려한 자재를 싸서 분양가를 높이려고 한다. 그런데 이건 잘못됐다. 일본에서 대기자만 수백명에 달하는 실버타운을 견학간 적이 있다. 아주 화려하고 잘 지어진 실버타운으로 유명세를 떨친 곳이다. 그런데 일반 아파트와 비교해 건축비가 30% 이상 저렴했다. 당시 일본에선 1년에 실버타운 입주민 중 7%가 퇴거를 했다. 어르신이 돌아가시거나 퇴소하시는 기간이 짧기 때문에 리모델링을 쉽게 해야 한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 퇴거를 하면 리모델링·도배 비용이 지속적으로 투입된다. 그런데 일본은 발포벽지 마감, 논슬립 장판지 등을 최대한 활용했다. 저렴한 자재를 써서 비용을 절약했다. 대신 논슬립 장판지는 푹신푹신한 소재라 어르신들이 넘어져도 골절 위험이 확 줄어든다. 우리나라처럼 비싼 유럽산 대리석 바닥 같은 걸 쓸 필요가 없는 셈이다.”
 

-실버타운을 어느 정도 규모로 운영하는 것이 바람직한가.

“약수동 144세대, 등촌동 142세대를 세대당 1.5명으로 계산하면 약 220명 정도다. 이 두 시설의 운영 손익분기점은 3년이 지나서였다. 분당 같은 경우 254세대, 입주자는 약 380명이다. 분당은 손익분기점이 10개월이었다. 여기서도 규모의 경제가 똑같이 적용된다. 이 사례로 보면 200세대가 가장 좋을 수 있다. 그렇다고 정답은 아니다. 80세대 정도도 잘 운영만 하면 충분히 운영 수익을 잘 낼 수 있다. 일본의 경우 60~70세대 실버타운을 체인점 형태로 5개 시설을 동시에 운영해 크게 수익을 올린 곳도 있다.”

-수익성을 가르는 중요한 요인은 무엇인가.

“부대시설 운영을 어떻게 할 지가 가장 중요하다. 식사의 질과 분위기, 운영 인원 배치 등에 차이가 크다. 실버타운을 입주자 만을 위해서 수익을 생각하기 보다는 외부로 시선을 돌리는 방법도 있다. 노인복지법에 입주자 이용에 지장이 없는 한도 내에서 외부에 개방할 수 있다. 폐쇄적으로 운영할 것이 아니라 지역 주민과 교류도 하면서 수익을 이끌어 내는 방식이다. 그러면 입주자가 비용 부담도 줄어든다.

-예를 든다면.

“입주민 지인을 초청해 칠순·팔순 잔치를 한다든가, 수영장 시설을 갖춰 노인들이 이용하지 않을 때 인근 지역 유치원 아이들을 대상으로 수영 교실 등을 운영하면 추가 수익을 올릴 수 있다. 실버타운이 운영 측면에서 수익을 내기가 쉽지 않을 수 있다. 그러나 처음부터 이러한 사업 운영 계획을 체계적으로 짜야 한다면 부대시설을 통한 수입도 크게 늘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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