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니어 산업은 소비자가 많아서 ‘도전하면 성공하는 분야’로 쉽게 생각합니다. 하지만 시니어 관련 상품도 흉내만 내거나 잘못 만들어 도태된 경우가 적지 않아요. 액티브 시니어 특성을 철저하게 파악해서 상품과 서비스를 만들어야 합니다.”
국내외 경기 침체 여파로 힘든 요즘 국내 기업이 속칭 ‘노다지’라고 여기는 시장이 있다. 늘어난 수명과 베이비붐 세대 증가와 맞물려 새로운 소비 리더로 떠오른 ‘액티브 시니어’ 대상 사업이다. 초고령사회를 맞아 소비력과 건강을 두루 갖춘 액티브 시니어를 위한 서비스와 제품 수요는 늘 수 밖에 없다.
하지만 시니어 사업 컨설팅 경력만 20년이 넘는 최학희 시니어라이프비즈니스 대표는 “시니어 시장도 갈수록 세분화되고 있어 타겟팅이 정말 중요해졌다”고 했다. 액티브 시니어를 사로잡기 위해 연구개발에 수십~수백억원을 쓰면서 관련 상품을 출시해도 순식간에 물거품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최 대표는 닐슨, LG-EDS(현 LGCNS), 라이나생명, 효성ITX, SPC 등에서 마케팅과 사업 개발, 교육팀을 거쳐 현재는 시니어산업 컨설팅·연구가로 활동 중이다. 실버산업전문가포럼 사무총장을 지냈으며, 저서로는 ‘시니어트렌드 2024’가 있다.
그는 오는 10월15일 땅집고가 개강하는 ‘시니어 비즈니스 진출 및 성공전략 마스터 과정’에서 시니어 마켓의 가능성과 마케팅 성공사례에 대해 강의한다. 최 대표를 만나 시니어 사업 진출을 준비하는 기업들이 알아야 할 내용이 무엇인지 미리 들어봤다.
―20년 전과 비교해 지금 시니어 시장이 어떻게 달라졌나.
“과거 시장은 실수요자보다 공급자 중심이었다. 정책 입안자나 시장 참여자가 각자의 시각으로만 바라봤기 때문이다. 그렇다보니 소비자 만족도가 매우 낮았다.
이를 테면 2010년 전후로 한국에 처음 등장했던 시니어타운은 민간 주도로 사업을 추진하면서 편법 분양 등 여러 문제점이 발생했다. 이후 정부가 공공 중심으로 풀어가려고 했지만 시설 투자부터 한계에 부딪혔다. 최근에는 정부가 기업 목소리를 정책에 반영하면서 민간 협력을 유도하는 분위기다.”
―시니어 산업 진출할 때 주의할 점은.
“대상 세분화다. 시니어 시장의 소비자를 ‘노인’이라는 하나의 범주로 묶어버리면 절대 안 된다. 편의점에서 생수를 사 먹는 액티브 시니어를 겨냥한다고 하면서 과거 우물에서 물을 떠먹고 자랐던 후기 고령자용 제품을 기획하는 기업들이 있다. 두 계층은 완전히 다른 시장이다.
장기노인요양보험 수급자를 겨냥한 시장도 있다. 관련 법이 워낙 촘촘해서 제대로 이해하고 뛰어들어야 한다. 잘못해서 폭탄 과태료를 낸 기업도 적지 않다.
시니어 산업은 다른 산업과 달리 매우 정교하게 접근해야 한다. 노인복지법뿐만 아니라 여러 부처, 여러 정책이 맞물려 있다. 노인복지주택만 하더라도 주택법과 건축법, 노인복지법이 모두 맞물린 상품이다.”
―시니어 관련 아이템 발굴은 어떻게.
“기업이 잘 하는 것을 토대로 관련 제품을 연구·개발해야 한다. 금융과 IT산업의 특성이 다른데 같은 제품을 개발하면 안 된다. 아쉬운 점이 있으면 무리해서 추진하는 것보다 약점을 보완해 줄 수 있는 파트너를 찾아야 한다.
예컨대 최근 유산 증여·상속을 고민하는 시니어가 많다. 금융과 IT기업이 머리를 맞대 절차 간소화를 위한 최적의 솔루션을 개발하면 시니어들의 효율적인 자산 배분에 도움을 줄 수 있다.
아직은 이러한 움직임이 뜸하다. 많은 기업들이 그간 성공 사례를 토대로 시니어 산업에서도 자신감을 보이고 있어서다. 기업 간 융합이 늘어야 산업이 발전할 수 있다.”
―어떤 사업이 유망하다고 보나.
“이제 고령화는 돌이킬 수 없는 추세라서 시니어 시장은 성장할 수밖에 없다. 일부 학자들은 아무도 경험하지 못한 시장이 나타난다고 말할 정도다. 과거에는 노화로 인한 불편함을 받아들이는데 그쳤다다. 지금은 AI(인공지능), Iot(사물인터넷) 관련 제품이 불편함을 해소해 주는 시대다.
특히 은퇴 후 남는 시간을 효율적으로 쓰려는 수요가 폭발하고 있어 관련 서비스 기업이 늘어날 것이다. 개인적으로 스마트폰 같은 기기를 통해 시니어 대상 몰입형 고객 경험을 제공하는 콘텐츠 시장이 성장할 것 같다.”